젤리클 고양이들의 축제에 가다

슥슥/난이 문화이야기 2008/06/23 13:57

2008 오리지널 내한 공연《캣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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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1년 런던 초연 이래 전 세계에서 사랑받고 있는 《캣츠》를 드디어 만났다. 지난 1994년 첫 내한 이래 국내에서만도 벌써 15년이라는 역사와 57만 명 관객 동원이라는 놀라운 기록을 가지고 있는 《캣츠》. 이번 오리지널팀 내한공연 이후에는 한국판 《캣츠》가 준비되고 있다고 한다. 한국 고양이들의 무대가 기대되는 가운데 지난 5월 30일부터 잠실 샤롯데 씨어터에서 올려지고 있는 《캐츠》 오리지널팀 내한 공연을 지난 26일(목) 만나고 왔다.

평일인데도 빈자리가 보이지 않는 객석, 무대는 거리 뒷골목 쓰레기장 같은 모습으로 꾸며져 있었다. 공연시작을 알리듯 객석의 조명이 어두어지자 객석 뒤에서 고양이들이 나타났다. 어두운 객석을 거쳐 무대로 뛰어오르는 고양이들. 관객들이 환호하는 사이 무대에는 벌써 20여 마리의 고양이들이 가득 메우고 춤을 추기 시작했다. 젤리클 고양이들의 축제가 막이 오른 것이다.

1막은 젤리클 고양이들의 축제와 젤리클 고양이에 대한 이야기로 진행됐다. 1년에 한 번씩 만나 젤리클 고양이들은 축제를 연다. 그들은 선지자 고양이인 현명한 올드 듀터로노미를 기다리고 있으며 그가 한 고양이를 선택해 천국으로 보내 새 생명을 얻게 할 것이라고 말한다. 오늘이 바로 그 날. 축제가 열리는 날이다.

사회자 겸 나레이션을 맡은 멍거스트랩이 젤리클 축제에 대해 설명하고, 뒤 이어 젤리클 고양이들을 하나하나 소개한다. 먼저 재미있는 고양이 제니애니도츠. 그녀는 온 종일 잠을 자거나 쥐들에게 음악과 뜨개질을 가르치고 바퀴벌레들을 모아 악단을 만든다. 두 번째 고양이는 호기심 많은 럼 텀 터거. 매력적인 몸매와 얼굴로 암코양이들의 인기를 독차지하는 럼 텀 터거는 호기심 많고 엉뚱한 고양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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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력적인 그리자벨라는 한 때는 아름다운 젤리클 고양이었지만 수년 전에 바깥 세상으로 나가 이제는 누추하고 낡은 모습으로 나타난다. 뚱뚱한 버스토퍼 존스는 돈 많은 고양이로 하얀 각반을 차려입고 영국 선술집이나 클럽에서 시간을 보낸다. 우당탕당! 유리창 깨지는 소리가 들리면 그것은 필시 맥캐버티가 나타난 것. 하지만 그는 보이지 않는다. 무법자 고양이 맥캐버티는 사고를 치고 쥐도 새도 모르게 사라진다.

무시무시한 맥캐버티 때문에 긴장된 무대는 말썽꾸러기 커플 몽고제리와 럼플티저가 나타나 다시 분위기를 띄우고, 듀터로노미가 나타나자 고양이들이 그를 중심으로 모이기 시작한다. 고양이들은 듀터로노미 앞에서 <피크와 폴리클 개들의 무시무시한 전투>라고 이름 붙이 쇼를 진행한다. 쇼가 끝나고 한 바탕 축제가 열리고 그리자벨라가 그들과 함께 하기 위해 나타난다. 그리자벨라를 멀리하는 젤리클 고양이들을 향해 그녀가 노래한다. 캣츠의 대표곡인  <Memory>. 감미로운 그리자벨라의 노래를 끝으로 1막이 끝이났다.

20분의 휴식시간을 갖고 2막이 올랐다. 2막에서도 고양이들의 소개가 계속됐다. 극장 고양이 거스는 무대에서 자신의 한창 시절을 회상한다. 그가 회상에 빠지자 무대는 거스의 젊은 날로 바뀌고 그의 연극 <그로울타이거의 마지막접전>이 무대에 오른다. 바다의 무법자 그로울타이거는 모두가 무서워하는 해적이었지만 예쁜 고양이 젤리로룸과 사랑에 빠져 긴장을 늦춘 순간 적들에게 공격을 받고 배 위에서 최후를 맞는 내용이다. 거친 해적 그로울타이거와 부드러운 젤리로룸의 밀고 땡기는 사랑놀이는 실제 고양이 한 쌍이 뒹구는 것처럼 실감났다.    

거스의 회상이 끝나고 기차 차장 고양이 스킴블샹크스가 소개됐다. 기차에 올라 세부사항들을 꼼꼼히 챙기는 완벽쟁이 고양이 스킴블샹크스. 그가 있는 한 기차에서는 어떤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고양이들의 기차놀이가 한창 진행되는 순간 또 한번 맥캐버티가 나타난다. 이번에는 그 모습을 드러내는데 온 몸이 털로 덮힌 무시무시한 맥캐버티는 축제의 분위기를 엉망으로 만들고 조명을 깨트린 뒤 듀터로노미를 납치한다.

맥캐버티로 무대에는 다시 정적이 흐른다. 호기심 많은 고양이 럼 텀 터거가 마법사 고양이 미스터 미스토펠리스를 불러온다. 그는 갖가지 마법을 부리며 곳곳에 연기를 피우고, 놀라운 솜씨의 덤블링과 점프를 선보인다. 그리고 마침내는 올드 듀터로노미를 찾아온다. 고양이들은 환호하고 올드 듀터로노미와 함께 축제의 마지막을 향해 달려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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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한 명의 고양이가 천상으로 올라갈 시간. 누가 선택될 것인가. 고양이들이 모두 모여 올드 듀터로노미를 바라보고 있을 때 매력적인 그리자벨라가 나타난다. 듀터로노미는 그리자벨라를 지목하고, 고양이들의 축하 속에 그리자벨라는 천상으로 오른다. <Memory>와 함께 말이다.

마지막 무대는 T.S 엘리엇 우화집 『지혜로운 고양이가 되기 위한 지침서』에 나오는 <고양이들에 대한 예의> 대목을 노래로 만든 곡이 공연됐다.

“고양이는 개가 아닙니다 / 고양이는 스스로 다가오기 전에 / 섣불리 친한척 하는 걸 싫어하지요 / 고양이에게 말을 걸때는, / 먼저 인사를 하고 / 모자를 벗으면서 / 이렇게 말하세요 / 오, 고양이! / (중략) / 고양이는 이런 존경을 / 받을 만한 자격이 있죠 / 이것이 고양이에 대한 / 예의랍니다.” - <고양이들에 대한 예의> 중에서

개인적으로 날씬한 샴 고양이 카산드라 캐릭터가 눈에 띄었는데, 그녀는 특별한 캐릭터를 가지고 있진 않다. 마법사 고양이 미스토펠리스가 듀터로노미를 찾아올 때 카산드라를 이용한다. 고양이의 자태나 움직임, 그리고 유일하게 털을 붙이지 않은 고양이로 어느 고양이보다도 돋보이는 고양이라고 생각한다.

오리지널 《캣츠》팀이 오는 8월 31일 물러간 뒤 한국 배우들이 바통을 이어받는다. 한국판 <캣츠>에는 가수 옥주현이 그리자벨라 역을 맡아 주목받고 있다. 한국 고양이들의 무대가 어떻게 꾸며질지 기대하면서 이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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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에서 쌓인 에너지가 마을에 내려와 '빅뱅'했다"

슥슥/난이사람이야기 2008/06/10 17:38
[인터뷰] ‘성미산 마을축제’ 집행위원장 ‘짱가’
2008 성미산 마을축제 집행위원장을 맡은 유창복 (사)사람과 마을 문화분과 이사를 만나 성미산축제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 2008 성미산 마을축제 집행위원장을 맡은 유창복 (사)사람과 마을 문화분과 이사를 만나 성미산축제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내가 사는 마을에 누가 사는지, 내 옆집의 삶이 어떤지 사람들은 더 이상 궁금하지 않다. 나 하나 살아가기도, 우리 가족 하나 먹고 살기도 바쁜 일상 속에서 이웃에 대한 관심과 배려는 오히려 사치스럽다. 이웃에 대한 무관심은 도심일수록 그 정도가 크다. 자연의 속도보다 도시의 속도가 더 빠른 탓이다. 하지만 이런 도심 속에서도 ‘마을 공동체’를 꿈꾸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성미산 마을 사람들’이 그들이다.

지난 2001년 서울시가 성미산을 깎아 지으려던 배수지 건설 사업을 주민들의 힘으로 막아내면서 마을 사람들은 자신의 이웃들을 바라보기 시작했다. 사람들이 힘을 모으면 우리 마을의 자연과 생태계를 지켜낼 수 있다는 것을 확인한 마을 사람들은 ‘성미산 마을축제’를 매년 열며 이웃들과 함께 나누며 살아가는 행복을 다시금 확인하고 있다. 지난 7일 ‘2008 성미산 마을축제’ 현장에서 2001년부터 축제에 참여해 온 유창복 (사)사람과 마을 문화분과 이사를 만나 성미산 마을축제의 역사와 의미에 대해 들어봤다. 마을 사람들을 그를 '짱가'라 부른다.

-성미산 마을 축제가 올해로 8회를 맞았다. 처음에 어떻게 시작되었는지 궁금하다.

성미산 마을축제의 역사는 지난 2001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01년 서울시에서 성산, 망원, 서교동 등에 수돗물을 공급할 배수지가 필요하다며 성미산 자락에 배수지를 짓겠다고 사업 공고를 냈다. 성미산을 깎아서 만들겠다는 것이었는데, 그렇게 되면 성미산이 훼손되는 것은 불 보듯 뻔한 일이었다. 배수지 자체도 공익적 사업이긴 하지만 여러 전문가들과 논의해 본 결과 당시 꼭 필요했던 부분이 아니었고, 기존 시설을 보강만 하더라도 충분히 수돗물 공급이 가능한 부분이었다. 여러차례 전문가 공청회를 요구했지만 서울시는 전혀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다. 그러는 동안 마을 주민들이 웅성웅성 움직이기 시작했다.

마을 주민들이 힘을 모으면서 성미산 문제를 전국적으로 알려낼 필요성이 제기됐고, 그렇게 시작된 것이 ‘제1회 숲속음악회’다. 성미산 마을축제의 전신인 것이다. 당시 1회 축제에 마을 주민 1천여 명이 모일 정도로 음악회는 성공적이었다. 그것을 계기로 좀 더 많은 사람들이 성미산 문제를 공유하게 됐고, 결국 서울시가 2003년 사업을 포기했다.

성미산 마을 골목으로 들어선 축제 행사장. 골목을 따라 늘어
선 프로그램 코너들 모습. <사진 컬처뉴스>

- 언제 마을축제로 변화됐나?

2003년 성미산지키기 투쟁이 성공하면서 이후에는 ‘숲속음악회’가 산에서 마을로 내려오게 됐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음악회에서 ‘마을축제’ 형태로의 변화도 가져왔던 것 같다. 하지만 초기에는 공간문제 등으로 고수부지, 하늘공원 등지에서 개최됐었는데, 마을과 거리가 있어 주민들이 함께 어울리기에는 어려움이 있었다. 그래서 지난해에는 마을 앞 도로를 막고 ‘차 없는 거리’를 만들어 진짜 마을축제 같은 축제를 개최했다.

- 올해는 골목에서 행사가 진행됐는데, 지역 사람들과의 마찰이 적지 않은 것 같다.

지난해 행사를 지켜보신 분들이 많은 호응을 해주시고 협조를 했지만 몇몇 건물주들과 주민들이 반대하면서 올해 마을 앞 도로 통제는 불가능했다. 그렇다고 산에서 모든 행사를 하는 것은 훼손문제도 있어 골목과 학교, 성미산으로 공간을 세분화시켜 진행하기로 결정했다. 아침에도 교통문제나 소음문제로 항의하시는 분들이 있었는데, 그분들 입장에서는 당연하다. 자기 집 마당에서 소음을 내고, 교통을 통제하는데 누가 좋아하겠는가. 오랜 시간 동안 양해를 구하고 협조를 구했지만 모든 사람을 설득하는 것은 쉽지 않다. 또 8년째 해오지만 이사가 잦고, 새로운 사람들이 들어오기 때문에 설득과 양해의 과정은 지난하다. 하지만 방법은 더 많이 만나고 소통하는 것이다. 앞으로 끊임없이 부딪히면서 해결해나가야 하는 문제라고 생각한다.

- 주민들과 마찰이 있기는 하지만 많은 주민들이 행사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기대하는 것 같다.

성미산지키기 싸움이 마을 사람들의 마음을 변화시켰다고 생각한다. 3년 가까운 시간을 마을 주민들이 함께 성미산을 지킨 것인데 그런 과정에서 서로 많이 친밀해졌다. 특히 2002년 3월 13일 용역깡패들이 마을 주민들과 대치한 상황이 있었는데 우리는 당시를 ‘3.13대첩’이라고 한다. 그때 12시간 정도를 그들에 맞서 주민들이 싸웠는데 할아버지들이 주민들 앞에 서서 청장년층을 보호했던 모습은 잊을 수가 없다. 우리가 건방지게 산을 지켰다고 하지만 실상은 산이 우리를 지킨 것이다. 우리의 모습을 돌아보게 했고, 주위를 돌아보게 했다. 성미산이 그렇게 마을 사람들을 이어준 것이다. 그러니 우리가 산을 지킨 것이 아니라 산이 우릴 지킨 것이다.

- 현재 성미산이 다시 위기에 처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구체적으로 얘기해달라.

산 정상은 서울시가 배수지 사업을 위해 수용했고, 나머지 부분은 사유재산이다. 그것이 배수지 사업 추진 과정에서 아파트 개발업자에게 넘어갔다가 아파트 건설이 불가능해지자 홍익재단이 그것을 수용했다. 홍익재단은 체육시설로 되어 있던 성미산을 도시계획 시설로 변경하고, 현재 홍익대에 위치한 초등학교와 같은 부설 교육기관들을 옮길 계획을 세우고 있다. 교육시설 자체도 공익적 목적을 가지고 있지만 수요에 따라 짓는 것이 아니라 현재 있는 교육기관을 옮기는 것은 공익적 의도라고 볼 수 없다. 현재 성미산이 가지고 있는 생태적 공익과 바꿀 수 있는 것이 아니란 것이다. 또한 홍익재단의 학교 이전이 시작되면 성미산에 아파트나 다른 건물이 들어오는 것은 순식간이다. 그렇게 되면 성미산은 흔적도 없이 사라질 것이다. 마을 주민들은 2차 성미산 지키기 운동을 벌써 시작했고, 서명운동을 진행하고 있다. 

"처음에는 작은 덩어리의 커뮤니티였던 것들이 점차 커
지면서 다양해지기 시작한 것이다. 우리는 이것을 '빅뱅
'이라고 한다. 산에서 응축된 에너지가 마을로 내려와
'빅뱅'한 것이다." <사진 컬처뉴스>

- 성미산을 지켜낼 수 있었으면 좋겠다. 올해 축제 이야기를 해보자. 올해 축제 집행위원장을 맡고 있다. 올해 행사에서 가장 방점을 찍은 것은 무엇인가.

지역사회 주민들과 접촉면을 넓히고 깊이 가는 것이다. 기존 커뮤니티만이 아니라 지역의 미술학원이나 부녀회, 주민자치위원회 등과 함께 폭넓게 마을축제를 가져가는 것을 목적에 두었다. 그래서 주민자치위원회가 따로 진행해오던 주민 노래자랑행사인 ‘아카시아축제’도 함께 의기투합해 이번 마을축제에서 같이 진행됐다. 그렇게 마을 동장이 지역민들과 행사관계자들 사이의 중재역할을 하고 마포구청에서도 마을 커뮤니티 축제에 대해 관심을 보이면서 후원했다. 이렇게 주민들을 좀 더 폭넓게 만나고 깊이 만나가면 마을축제는 물론 마을 공동체의 외연이 넓혀진다고 생각한다.

- 마을의 문화예술동아리들이 많이 활동하고 있는 것이 이색적이다. 어떻게 구성되었는지 궁금하다.

배수지 건설사업을 막아내고 마을축제가 열리면서 마을 커뮤니티들이 생기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런 영향 때문이지 환경단체가 들어오고, 친환경 가게들이 마을로 들어오기 시작했다. 또 대안학교인 성미산 학교가 세워지고, 생협이 들어오고, 마포 FM같은 공동체 라디오 방송국도 생겼다. 처음에는 작은 덩어리의 커뮤니티었던 것들이 점차 커지면서 다양해지기 시작한 것이다. 우리는 이것을 ‘빅뱅’이라고 한다. 산에서 응축됐던 에너지가 마을로 내려와 ‘빅뱅’한 것이라고 말이다. 문화예술동아리도 그렇게 생겨난 것이다. 마을축제에 참가했던 사람들이 스스로 참가 의사를 밝히고 그렇게 모인 사람들이 하나의 동아리를 만들어 함께 활동했다. 또 그것이 마을축제에 보여지는 것들을 보며 새로운 것들이 생겨나고 그렇게 동아리가 생겨나고 활성화되고 있다.

- 앞으로 축제와 마을에 바라는 것이 있다면

아직 갈 길이 멀다. 앞에서 말한 것처럼 주민들과 끊임 없이 만나고 소통해야 하는 문제가 남아 있다. 축제가 좀 더 마을 사람들과 가까워지고 좀 더 많은 사람들이 참여하고 만들어가기 위해서는 더 넓은 만남과 깊이 있는 만남이 필요하다. 그것이 축제를 만들어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지금까지 진행하면서 그런 것들을 학습했다고 생각한다. 많은 사람들이 새로 들어오고 나가지만 서로 더 많이 만나고 알아간다면 충분히 극복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 이기사는 문화예술 전문 인터넷 신문 <컬처뉴스>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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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미산이 들썩들썩, 공동체가 꿈틀꿈틀

슥슥/난이 문화이야기 2008/06/10 17:35
성미산이 들썩들썩, 공동체가 꿈틀꿈틀
‘성미산 마을축제’에 가다
주민들이 직접 기획하고, 준비하고, 참여하는 '2008 성미산 마을축제'가 지난 6, 7일 이틀간 열렸다.
▲ 주민들이 직접 기획하고, 준비하고, 참여하는 '2008 성미산 마을축제'가 지난 6, 7일 이틀간 열렸다.

“뭔 일 났어?”
“마을잔치가 있어요. 아침 드시고 놀러나오세요”

6월 7일(토) 오전 9시. 이른 아침부터 서울 마포구에 자리한 성미산 자락이 꽹과리와 장구 소리로 들썩거린다. 아침 운동차 성미산에 오른 주민들은 산자락을 타고 오르는 풍물소리에 귀가 번뜩인다. 6일 개막한 ‘2008 성미산 마을축제’가 본격적인 마을행사를 앞두고 마을을 지키는 성미산에 제사를 지내기 위해 오르는 길이다. 운동을 하던 어르신들의 입에서 “얼쑤”, “좋다”는 추임새가 흘러나오고 풍물패는 그 흥을 받아 더욱 신명나는 굿판을 벌이며 산신령들을 깨운다.

산이 울리는 풍물 소리에 영기(令旗, 깃발)가 열리고 당산제가 시작됐다. 차려놓은 상에 술을 올리고 성미산 마을의 공동체 문화를 위해 조직된 ‘사람과 마을’의 곽흥석 대표가 축문을 읽었다. 지난 2001년 배수지 사업 논란 이후 최근 다시 개발문제로 위태로워진 성미산을 마을 사람들이 힘을 모아 지켜낼 수 있도록 해달라는 내용이었다.

7일 오전 9시. 당산제를 지내기 위해 성미산 정상오른 풍물패들이 굿판을 위해 길놀이를
하고 있다.
성미산은 지난 2001년 서울시가 산에 배수지를 건설하겠다고 발표하면서 개발 위기에 놓였다. 하지만 성미산을 지키기 위한 마을 사람들이 하나 둘 힘을 모으기 시작하면서 ‘성미산투쟁’이 확산되기 시작했고, 3년 여의 질긴 투쟁 끝에 서울시는 2003년 배수지 건설 계획을 포기했었다. ‘성미산 마을’ 주민들의 힘으로 성미산을 지켜냈던 것이다.

하지만 최근 성미산 땅을 소유한 홍익재단이 홍대 부설 교육시설을 성미산자락으로 옮기겠다고 밝혀 성미산은 다시 개발 위기에 놓여있다. 이번 마을축제는 마을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마을 잔치이면서 동시에 이러한 성미산 문제를 주민들과 공유하고 함께 풀어가기 위한 소통의 자리이기도 하다.

오전 10시 30분. 당산제를 마치고 마을로 내려오니 골목마다 축제 준비가 한창이다. 핑크 색 천을 두른 천막이 골목을 따라 줄줄이 들어서고, 각각의 천막에서는 마을 잔치를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들이 준비되고 있었다. 성미산 동식물을 찍은 사진전 《꾀꼬리가 사랑한 성미산》에는 성미산 아이들이 찍은 사진들이 걸렸고, ‘친환경먹거리’ 코너에는 성미산 어린이집 엄마 아빠들이 요리실력을 뽐내느라 구슬땀을 흘렸다.

성미산차병원과 네모공방은 친환경 소재를 통해 서랍과 책장을 만드는 공방 ‘뚝딱뚝딱 나무랑 놀자’를 열었고, 성미산에 위치한 ‘숲속작은도서관’은 골목으로 자리를 옮겨 아이들이 자유롭게 책을 읽을 수 있는 ‘신나는 책 놀이터’를 만들었다. 모두 36개의 프로그램들이 골목에 들어서고 있는 중이었다.

오전 11시. 골목을 따라 줄줄이 펼쳐진 부스에서 아이들과 나온 엄마들이 '숲속작은도서
관'에서 준비한 책을 살펴보고 있다.
문화와 예술, 놀이가 어우러진 교육을 실현하고 있는 '신나는 문화학교'가 준비한 공작체
험에 참가하고 있는 아이들 모습.

물론 이렇게 행사 프로그램들이 골목 안으로 들어오다 보니 주민들과의 마찰도 적지 않았다. 골목 입구에 차량이 통제되자 이동이 불편해진 주민들이 불평을 토로했고, 집에서 쉬고 있던 주민들은 골목에서 울리는 풍물 소리에 놀라 항의를 하기도 했다. 지난 해에는 마을 앞 도로가 통제돼 ‘차 없는 길’을 만들어 행사를 진행했지만 올해는 몇몇 주민들의 반발로 ‘차량통제’가 여의치 않았다. 그래서 올해 행사는 성미산에서 전야제 행사를 하고, 마을 골목과 학교에서 행사를 진행하게 된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좁은 공간에 몰려 사는 도심에서 이런 불평불만이 없을 리 없었다. 행사 집행위원회 쪽에서는 마을축제를 연기하면서까지 주민들을 설득하고 협조를 구하는 과정을 거쳤지만 마을 모든 사람들의 협조를 구하는 것은 쉽지 않았다. 하지만 이것도 성미산 마을축제가 공동체 문화를 바탕으로 주민들이 소통하고 참여하는 축제로 거듭나게 되는 하나의 과정일 것이다. 

마을에서 ‘짱가’로 통하는 유창복 축제 집행위원장은 “많은 사람이 된다고 해서 한 사람의 의견을 무시할 수는 없다. 8년을 진행하는 동안 많은 사람을 만나고 설득하고 양해를 구해왔다. 준비하는 입장에서는 쉽지 않은 일이고, 시간도 오래 걸리는 일이지만 이렇게 다툼과 설득, 양보와 이해 속에서 주민들을 더 알아가고 소통의 폭을 넓히는 시간이 되고 있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마을축제의 시작을 알리는 길놀이가 시작되자 마을 사람들이 하나 둘 골목으로 나오기 시작했다. 나이 지긋한 할머니 할아버지에서부터 유모차를 타고 엄마아빠와 나온 아기 주민까지 엄마, 아빠, 손자 등 가족들이 참여한 마을잔치에 빠질 수 없었다. 

아이 둘을 데리고 축제에 참석한 이설영 주부는 “프로그램을 보고 아이들에게 좋은 경험이 될 것 같아 참여했다”면서 “지역의 다른 큰 축제들보다 알차고 유익한 프로그램이 많았고 무엇보다 아이들이 차 걱정 없이 마을을 뛰어다니며 친구들을 만나고 놀 수 있어 좋은 것 같다”고 말했다.

오후 2시. 우리마을 '꿈터'에서 택견을 배운 지역 아이들이 주민들의 열렬한 호응 속에서
 택견 대련을 펼쳤다.
오후 3시. 성미한학교에서 진행된 즉흥극 <시끌벅쩍 우리동네>을 공연한 극단 '목요일
오후 1시'(왼쪽)가 주민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오후 2시. 골목과 골목이 교차되는 광성슈퍼 앞 사거리에 무대가 마련됐다. 중앙 무대에서 ‘택견 대련’이 있을 예정이라는 광고방송이 나오자 사람들이 무대로 모여들기 시작했다. 마포연대에서 주민들의 자발적 참여와 교육을 통해 운영하는 ‘꿈터’에서 택견을 배우는 학생들이 동네 주민들 앞에서 시범을 보이기 위해 나선 것이다.

방송이 나가기 무섭게 사거리 무대는 주민들로 가득 메워졌고, 성미산학교 체육교사이면서 아이들에게 택견을 가르치고 있는 ‘홍표사부’의 사회로 대련이 시작됐다. 대련 출전이 처음인 초등학교 1학년생 참가자들은 연신 헛발질을 해대며 관객들에게 웃음을 선사했고, 꼬마 참가자들과 다르게 고등부 참가자들은 멋진 기술을 선보이며 상대를 제압해 보는 사람의 손에 땀을 쥐게 했다.

그렇게 흥미진진한 ‘택견 대련’이 끝나고 성미산학교에서는 극단 ‘목요일 오후 1시’의 즉흥극 <시끌벅적 우리동네>가 공연됐다. ‘목요일 오후 1시’는 주민들과 대화를 나누며 주민들이 쏟아내는 ‘마을 화장실 이야기’, ‘육아교육의 어려움’, ‘책장 만들기’, ‘공동체마을’ 이야기를 하나하나 즉흥극으로 풀어내 큰 박수를 받았다. 관객들은 ‘즉흥극’이라는 생소함에 처음에는 말문을 떼지 못하다가 사람들의 이야기가 공연으로 펼쳐지는 것을 보면서 후반에는 적극적으로 이야기를 나누며 즉흥극의 매력에 빠져들었다.

오후 5시. 골목에 펼쳐졌던 천막들이 하나 둘 정리되기 시작했다. 골목 행사가 끝나고 마을축제의 꽃이라 할 수 있는 주민동아리 공연 ‘즐거운 인생’이 성서초등학교에서 주민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마을 축제에 참가하며 자연스럽게 구성된 마을 ‘문화예술동아리’들이 그동안 갈고 닦은 실력을 주민들 앞에서 선보이는 자리다.

오후 5시, 주민 동아리 공연 '즐거운 인생'이 성서초등학교 무대에서 진행됐다.

M step 댄스아카데미의 화려한 댄스와 청소년밴드 ‘Gilaffe’의 멋진 공연으로 무대가 열렸고, 연남동사무소한국무용반의 한국무용 공연과 마을연극단 ‘무말랭이’의 공연도 펼쳐졌다. 주민들의 열렬한 호응 속에 동아리 공연이 끝이 났고, 이후 8시부터는 골목길 영화제가 진행됐다. 성미경로당에서는 한국고전영화 <마부>가 상영됐고, 성미산어리집마당에서는 어린이를 위한 단편 애니메이션이 상영됐다. 또 성미산학교 앞 골목에서는 마을주민이 제작한 다큐멘터리 <가족>이 상영됐다.

저녁 10시. 마을주민이 직접 기획하고, 준비하고, 참여한 ‘2008 성미산 마을축제’는 그렇게 저물어갔다. 해질 무렵 성미산 골목을 빠져나오자 하루 종일 딴 세상에서 놀다온 듯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다시 돌아가기에는 늦은 시간, 카메라에 담긴 성미산 마을 사람들을 행복 가득한 얼굴들을 확인하며 집으로 향하는 발길을 재촉했다. 

* 이 기사는 문화예술 전문 인터넷 신문 <컬처뉴스>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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