젤리클 고양이들의 축제에 가다
슥슥/난이 문화이야기 2008/06/23 13:572008 오리지널 내한 공연《캣츠》
1981년 런던 초연 이래 전 세계에서 사랑받고 있는 《캣츠》를 드디어 만났다. 지난 1994년 첫 내한 이래 국내에서만도 벌써 15년이라는 역사와 57만 명 관객 동원이라는 놀라운 기록을 가지고 있는 《캣츠》. 이번 오리지널팀 내한공연 이후에는 한국판 《캣츠》가 준비되고 있다고 한다. 한국 고양이들의 무대가 기대되는 가운데 지난 5월 30일부터 잠실 샤롯데 씨어터에서 올려지고 있는 《캐츠》 오리지널팀 내한 공연을 지난 26일(목) 만나고 왔다.
평일인데도 빈자리가 보이지 않는 객석, 무대는 거리 뒷골목 쓰레기장 같은 모습으로 꾸며져 있었다. 공연시작을 알리듯 객석의 조명이 어두어지자 객석 뒤에서 고양이들이 나타났다. 어두운 객석을 거쳐 무대로 뛰어오르는 고양이들. 관객들이 환호하는 사이 무대에는 벌써 20여 마리의 고양이들이 가득 메우고 춤을 추기 시작했다. 젤리클 고양이들의 축제가 막이 오른 것이다.
1막은 젤리클 고양이들의 축제와 젤리클 고양이에 대한 이야기로 진행됐다. 1년에 한 번씩 만나 젤리클 고양이들은 축제를 연다. 그들은 선지자 고양이인 현명한 올드 듀터로노미를 기다리고 있으며 그가 한 고양이를 선택해 천국으로 보내 새 생명을 얻게 할 것이라고 말한다. 오늘이 바로 그 날. 축제가 열리는 날이다.
사회자 겸 나레이션을 맡은 멍거스트랩이 젤리클 축제에 대해 설명하고, 뒤 이어 젤리클 고양이들을 하나하나 소개한다. 먼저 재미있는 고양이 제니애니도츠. 그녀는 온 종일 잠을 자거나 쥐들에게 음악과 뜨개질을 가르치고 바퀴벌레들을 모아 악단을 만든다. 두 번째 고양이는 호기심 많은 럼 텀 터거. 매력적인 몸매와 얼굴로 암코양이들의 인기를 독차지하는 럼 텀 터거는 호기심 많고 엉뚱한 고양이.
매력적인 그리자벨라는 한 때는 아름다운 젤리클 고양이었지만 수년 전에 바깥 세상으로 나가 이제는 누추하고 낡은 모습으로 나타난다. 뚱뚱한 버스토퍼 존스는 돈 많은 고양이로 하얀 각반을 차려입고 영국 선술집이나 클럽에서 시간을 보낸다. 우당탕당! 유리창 깨지는 소리가 들리면 그것은 필시 맥캐버티가 나타난 것. 하지만 그는 보이지 않는다. 무법자 고양이 맥캐버티는 사고를 치고 쥐도 새도 모르게 사라진다.
무시무시한 맥캐버티 때문에 긴장된 무대는 말썽꾸러기 커플 몽고제리와 럼플티저가 나타나 다시 분위기를 띄우고, 듀터로노미가 나타나자 고양이들이 그를 중심으로 모이기 시작한다. 고양이들은 듀터로노미 앞에서 <피크와 폴리클 개들의 무시무시한 전투>라고 이름 붙이 쇼를 진행한다. 쇼가 끝나고 한 바탕 축제가 열리고 그리자벨라가 그들과 함께 하기 위해 나타난다. 그리자벨라를 멀리하는 젤리클 고양이들을 향해 그녀가 노래한다. 캣츠의 대표곡인 <Memory>. 감미로운 그리자벨라의 노래를 끝으로 1막이 끝이났다.
20분의 휴식시간을 갖고 2막이 올랐다. 2막에서도 고양이들의 소개가 계속됐다. 극장 고양이 거스는 무대에서 자신의 한창 시절을 회상한다. 그가 회상에 빠지자 무대는 거스의 젊은 날로 바뀌고 그의 연극 <그로울타이거의 마지막접전>이 무대에 오른다. 바다의 무법자 그로울타이거는 모두가 무서워하는 해적이었지만 예쁜 고양이 젤리로룸과 사랑에 빠져 긴장을 늦춘 순간 적들에게 공격을 받고 배 위에서 최후를 맞는 내용이다. 거친 해적 그로울타이거와 부드러운 젤리로룸의 밀고 땡기는 사랑놀이는 실제 고양이 한 쌍이 뒹구는 것처럼 실감났다.
거스의 회상이 끝나고 기차 차장 고양이 스킴블샹크스가 소개됐다. 기차에 올라 세부사항들을 꼼꼼히 챙기는 완벽쟁이 고양이 스킴블샹크스. 그가 있는 한 기차에서는 어떤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고양이들의 기차놀이가 한창 진행되는 순간 또 한번 맥캐버티가 나타난다. 이번에는 그 모습을 드러내는데 온 몸이 털로 덮힌 무시무시한 맥캐버티는 축제의 분위기를 엉망으로 만들고 조명을 깨트린 뒤 듀터로노미를 납치한다.
맥캐버티로 무대에는 다시 정적이 흐른다. 호기심 많은 고양이 럼 텀 터거가 마법사 고양이 미스터 미스토펠리스를 불러온다. 그는 갖가지 마법을 부리며 곳곳에 연기를 피우고, 놀라운 솜씨의 덤블링과 점프를 선보인다. 그리고 마침내는 올드 듀터로노미를 찾아온다. 고양이들은 환호하고 올드 듀터로노미와 함께 축제의 마지막을 향해 달려간다.
이제 한 명의 고양이가 천상으로 올라갈 시간. 누가 선택될 것인가. 고양이들이 모두 모여 올드 듀터로노미를 바라보고 있을 때 매력적인 그리자벨라가 나타난다. 듀터로노미는 그리자벨라를 지목하고, 고양이들의 축하 속에 그리자벨라는 천상으로 오른다. <Memory>와 함께 말이다.
마지막 무대는 T.S 엘리엇 우화집 『지혜로운 고양이가 되기 위한 지침서』에 나오는 <고양이들에 대한 예의> 대목을 노래로 만든 곡이 공연됐다.
“고양이는 개가 아닙니다 / 고양이는 스스로 다가오기 전에 / 섣불리 친한척 하는 걸 싫어하지요 / 고양이에게 말을 걸때는, / 먼저 인사를 하고 / 모자를 벗으면서 / 이렇게 말하세요 / 오, 고양이! / (중략) / 고양이는 이런 존경을 / 받을 만한 자격이 있죠 / 이것이 고양이에 대한 / 예의랍니다.” - <고양이들에 대한 예의> 중에서
개인적으로 날씬한 샴 고양이 카산드라 캐릭터가 눈에 띄었는데, 그녀는 특별한 캐릭터를 가지고 있진 않다. 마법사 고양이 미스토펠리스가 듀터로노미를 찾아올 때 카산드라를 이용한다. 고양이의 자태나 움직임, 그리고 유일하게 털을 붙이지 않은 고양이로 어느 고양이보다도 돋보이는 고양이라고 생각한다.
오리지널 《캣츠》팀이 오는 8월 31일 물러간 뒤 한국 배우들이 바통을 이어받는다. 한국판 <캣츠>에는 가수 옥주현이 그리자벨라 역을 맡아 주목받고 있다. 한국 고양이들의 무대가 어떻게 꾸며질지 기대하면서 이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