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워지는 '지구'에 무슨 일이?

슥슥/난이 문화이야기 2008/05/23 18:42
'제5회 환경영화제', 개막작 <어스Earth>로 문을 열다
제5회 환경영화제 개막작으로 상영된 <어스>
▲ 제5회 환경영화제 개막작으로 상영된 <어스>

우주의 한 행성은 50억 년 전 소행성과의 충돌로 23.5도만큼 기울어져 있다. 덕분에 그 행성에는 봄, 여름, 가을, 겨울이라는 계절이 생겼고, 시기마다 아름다운 변화를 만들어냈다. 유일한 생명체가 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이 행성의 식물은 이 계절의 변화에 따라 색을 바꾸고, 동물은 먹이를 찾아 이동했다. 바로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의 이야기다.
 
‘제5회 서울환경영화제’가 지구의 신비로운 자연과 그 속에 살아가는 야생동물들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장편 다큐멘터리 <어스 Earth>로 개막을 알렸다. 22일(목) 서울 상암 CGV에서 상영된 <어스>는 북극의 백곰과 칼라하리 사막의 코끼리, 남해의 흑등고래까지, 지구 곳곳에서 계절의 변화와 함께 살아가는 야생동물들의 생존 여정을 쫓는다.

가장 먼저 만나게 되는 지구 생명체는 ‘북극곰’이다. 해가 뜨지 않은 1월이 지나고 2월이 되자 눈 속에 들어가 동면을 취하고 있던 어미 곰과 태어난 지 2개월 된 아기 곰 두 마리가 세상 구경을 나온다. 어미 곰은 굶은 지 벌써 6개월 째. 몸무게가 반으로 줄어든 어미의 상황을 아는지 모르는지 아기 곰 두 마리는 가파른 빙판 위에서 걸음마 연습이 한창이다. 아기 곰 두 마리가 걸음마를 떼면 어미 곰은 아기 곰과 함께 먹이를 찾아 나설 것이다.

아빠 곰은 진작 가족과 떨어져 먹잇감을 찾고 있다. 먹이를 찾기 위해서는 빙하의 끝으로 가야한다. 아빠 곰 역시 배가 고프기는 매 한가지. 먹이를 찾아가는 여정은 빙하가 빨리 녹기 시작하면서 더욱 어려워졌다. 먹잇감까지는 아직 갈 길이 남았는데 빙하는 녹아 자꾸 물에 빠져 허우적댔다. 평소 같았으면 물속에서도 잘 버티는 백곰이었지만 몇 달째 굶어 체력이 바닥난 상태다. ‘북극곰’ 가족은 얼음이 녹기 전에 먹이를 찾을 수 있을까? 

사막에서 작은 물웅덩이를 발견한 코끼리 무리가 물웅덩이를 차지하고 물을 먹는다. 하
지만 밤이 되면 물웅덩이를 빼앗긴 사자 무리와의 사투가 기다리고 있다.

적도와 가까운 칼라하리 사막에는 건기가 찾아왔다. 모래바람을 가르며 한 무리의 코끼리들이 벌써 한 달째 걷고 있다. 코끼리들은 이제 주변을 돌아볼 힘도 없다. 엄마의 꼬리를 아기 코끼리가, 아기 코끼리의 꼬리는 다시 아빠 코끼리가, 그렇게 서로의 꼬리만 보며 걷는 중이다. 그래서 누군가 앞에서 멈춰서면 꼬리에 코를 박는 추돌사고가 발생한다. 이 코끼리 떼가 찾아 헤매고 있는 것은 바로 ‘물’이다.

사막화의 빠른 진전과 인간들이 쳐 놓은 울타리 탓에 건기를 피해 물을 찾아 떠나는 코끼리의 여정은 해마다 수 십 킬로미터 씩 길어진다. 앞을 내다 볼 수 없는 모래바람을 만나면 종종 아기코끼리는 길을 잃고, 사막 한 가운데서 만나는 작은 물웅덩이를 놓고 사자 무리와 사투를 벌이기도 한다. 그렇게 ‘물’을 찾아 가는 코끼리 무리의 여정은 험난하기만 하다. 코끼리 무리는 사막의 끝에서 ‘물’을 찾았을까?

적도를 지났으니 남극으로 가보자. 남극은 이제 짧은 여름이 오고 있다. 적도의 안전한 해협에서 헤엄치는 법을 배운 아기 흑등고래와 어미 흑등고래가 6천 킬로미터를 헤엄쳐 남극해에 막 도착하는 길이다. 오는 길에 무시무시한 백상어와 큰 파도로부터 위협을 받기 했지만 흑등고래 모자는 무사히 남극해에 도착했다.

해상 생명체로는 가장 먼 거리를 이동하는 흑등고래 모자가 남극 해협을 찾은 것은 ‘크릴새우’ 때문이다. ‘크릴새우’는 빙하가 있는 곳에서만 살기 때문에 ‘남극새우’라고도 부르는데 이 ‘크릴새우’는 흑등고래의 먹이가 된다. 아기 흑등고래를 데리고 오는 동안 아무것도 먹지 못한 어미 흑등고래는 오랜만에 배를 채운다. 하지만 빙하가 빨리 녹기 시작하면서 크릴새우의 생존도 위협에 놓였다. 다음 해에도 흑등고래는 크릴새우를 배불리 먹을 수 있을까?

겨우네 얼었던 눈들이 녹기 시작하면 사막도 푸르게 변하기 시작한다 


이대로 가면, 이대로 지구가 점점 뜨거워지면 북극곰은 2030년에 멸종된다. 코끼리도 물 없이는 살 수 없고, 흑등고래 역시 빙하가 녹으면 먹이를 잃는다. <어스>는 이처럼 지구의 기후변화 함께 생존의 위협을 받고 있는 지구상의 수많은 생명체들에 대한 이야기다. 지구에 함께 살고 있는 생명의 소중함을 일깨우는 야생 자연의 장엄한 기록을 이번 '서울환경영화제'에서 만나보길 바란다.  

<어스>는 2006년 영국 BBC에서 제작, 방영된 이래 세계적으로 많은 사랑을 받아 온 TV시리즈 <Planet Earth>의 제작진이 5년 여의 제작기간을 들여 완성한 작품이다. 지난 1월 일본에서 개봉해 박스오피스 1위에 올랐으며, 독일에서는 4주 연속 박스오피스 1위기를 기록했다. 영화제에서는 25일 1회 더 상영될 예정이며, 올 여름 국내 개봉을 앞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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