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스를 재활용해 행사장 이정표를 만들고, 플라스틱 아이디카드 대신 ‘헝겊 아이디’를 만들었다. 행사의 시작을 성대하게 알리는 ‘개막식’은 없애고, 리셉션에는 환경을 생각한 ‘에코 밥상’이 차려졌다. 행사프로그램과 안내책자는 모두 재생지로 제작됐고, 행사장 한 쪽에서는 폐 현수막으로 만든 새들이 날아다녔다. 모두 ‘제5회 서울환경영화제’의 풍경이다.
지난 22일 서울 상암동 CGV에서 개막한 서울환경영화제는 영화를 통해 환경에 대한 다양한 시각과 문제의식을 공유하는 한편, 미래 환경을 가꾸기 위한 대안과 실천을 모색하는 영화공간으로 만들어가기 위해 행사운영 과정에서도 ‘탄소발자국 최소화’(CO2 ZERO)를 시도하고 있다. 그렇게 탄생한 것들이 앞서 설명한 장면들이다. 지금부터 서울환경영화제에서만 볼 수 있는 이색적인 풍경들을 만나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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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생카페'가 어디있냐고요? 여기 박스로 만든 이정표를 참고하세요~ |
상영관인 상암 CGV 앞 북측광장에 마련된 행사장은 크게 세 군대로 나눠진다. 게스트와 참가자들에게 아이디를 발급하고 티켓을 발권해주는 행사 메인부스와 ‘환경’을 생각한 작품과 재활용 체험행사를 참여할 수 있는 ‘생생전시체험장’ 그리고 개막 리셉션에서부터 워크숍, 작가들과의 만남이 진행되는 ‘생생카페’가 그것.
먼저 메인부스로 가서 ‘Press’라고 적인 헝겊 아이디를 발급받았다. 천연재료에서 추출한 우리 고유의 전통염색 방식으로 물을 들였다는 ‘헝겊 아이디’를 받아들었을 때 솔직히 당혹스러웠다. 다섯 가지의 색깔로 구분되어 있는 ‘헝겊 아이디’에는 아이디 넘버만 덩그러니 적혀 있었기 때문이다. 나머지는 각자의 몫이었다.
‘헝겊 아이디’는 부스에 마련된 갖가지 스탬프와 네임 펜으로 꾸밀 수 있게 제작돼 있었다. “PAY BILLS ONLINE”, “NO PLASTIC BAGS” 같은 환경 구호가 쓰인 스탬프를 찍고 멋지게 사인을 그려 넣으니 뭔가 색다르기도 하고 환경 운동가가 된 것처럼 뿌듯한 마음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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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연재료에서 추출한 염색료로 염색한 '헝겊 아이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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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헝겊 아이디'를 장식할 수 있는 스탬프. 환경을 보호하는 구호들이 적혀 있다. |
아이디를 옷핀으로 고정시키고 ‘생생전시체험장’으로 이동했다. 입구에는 각종 폐지와 쓰레기를 재활용해 만든 재활용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었다. 특히 다 쓴 잡지와 신문 등에서 오려 만든 얼굴 모양의 관제엽서는 전시 이후 모두 개인들에게 보내준다고 했다. 한 벽면을 가득 메운 엽서들이 갖가지 표정으로 말을 거는 듯 했다.
전시 공간의 다른 부스에서는 《지구온난화 포스터전》이 열리고 있었다. 포스터전에는 국민대학교 그린디자인 전공 학생들이 ‘지구온난화 방지’를 주제로 제작한 포스터 60 여 점이 전시돼 있었다. 갈라진 땅위에서 스케이트를 타는 김연아 선수의 모습에서부터 지구 표면에 달걀 프라이를 해먹는 모습까지 불타는 지구에 대한 학생들의 기발한 상상력을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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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영호 작가의 재활용 작품 <영어 잘 하는 토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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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사장 곳곳에서 폐자재를 재활용한 화분들을 만날 수 있는데, 폐타이어로 만든 이 작은 화단은 '생생카페'에서 볼 수 있다. |
그 밖에도 보잘 것 없고 소용이 다한 소재에 다양한 스토리를 부여하는 손영호 작가의 《얄망궂은 동물이야기》, 폐 현수막을 이용해 새를 만드는 ‘날아라 새들아’, CJ 햇반과 함께 하는 ‘지구를 위한 선물-새싹 키우기’ 등 다양한 전시와 체험행사가 진행되고 있다.
‘생생카페’는 개막일이었던 22일 리셉션 행사장으로 변신했다. 리셉션이라고 하면 보통 호텔 연회장 정도를 생각하기 쉬운데, 환경영화제에서는 어림없다. 천막으로 만들어진 ‘생생카페’는 친환경 재료를 사용한 ‘에코밥상’과 친환경 공간을 추구하는 녹색 카페(카페 데 베르)로 손님을 맞았다. 조촐하지만 환경영화제 다운 리셉션이란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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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막일이었던 22일 리셉션 '에코 밥상'에 올라온 감자와 고구마 |
이번 환경영화제에서는 모든 영화제, 행사라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개막식’을 없앴다. 불필요한 경비와 진행을 하지 않기 위해서다. 대신 리셉션에서 함께 음식을 나누며 인사하는 시간을 가졌다. 행사의 내용에서부터 진행까지 ‘환경’을 생각하고 고민한 흔적이 역력한 서울환경영화제의 선전을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