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2일 개막한 ‘제5회 환경영화제’가 연일 매진 기록을 세우며 중반을 힘차게 달려가고 있다. ‘환경’에 대한 다양한 고민과 시각을 던지는 영화뿐만 아니라 영화제 행사에 있어서도 ‘환경’을 배려한 진행으로 관객과 참가 시민들에게 색다른 체험이 장이 되고 있는 환경영화제 현장에서 올해 행사를 만들고, 기획하고, 진행하고, 심사하는 ‘영화제 사람들’을 만나봤다.
“세계적인 작품 만들 수 있는 기반 마련해야”
[최열 집행위원장]
‘환경’에 대한 좀 더 대중적 접근을 고민하며 지난 2004년 국내 최초로 ‘환경영화제’를 개최, 지난 5년간 많은 사람들과 고민하며 꾸준히 성장시켜온 최열 집행위원장(환경재단 대표)은 누구보다 ‘환경영화제’에 대한 애정이 깊다. 개막일부터 행사장을 지키며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있는 최열 집행위원장에게 2004년 영화제 기획배경과 그간의 성과 등에 대해 물었다.
“뭐든 시작할 때는 시행착오를 거치기 마련인데 환경영화제도 그랬던 것 같다. 환경음악회는 꾸준히 해왔지만 좀 더 대중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환경영화제를 개최했는데 처음에는 영화 선정이나 진행해 있어서 경험이 부족했던 터라 대중들이 접근하기에는 어려움이 있었던 것 같다.”
그래서 2회 때부터 도입한 것이 ‘해외작품경선’이었다. 그는 “처음에는 지원 작이 많지 않았는데 3, 4회를 거치면서 점점 인식이 생겨 올해는 700편이 넘었다”고 말하며 “지원 작이 많아진다는 것은 그만큼 좋은 영화도 많아진다는 것이고, 관객들에게도 폭넓은 영화들을 소개할 수 있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환경영화제’의 전국화를 위해 지난해부터 상영작과 화제작을 중심으로 재편성해 지역, 대학에 지원하고 있다. 지난해 마산, 창원에서 영화제가 개최됐으며, 올해는 과천(6월)과 창원(9월)에서 환경영화를 기다리고 있다. 최 집행위원장은 “앞으로 좀 더 많은 지역에서 ‘환경영화’를 만날 수 있도록 지자체들과 협의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그는 국내 환경영화에 대한 아쉬움을 토로하기도 했는데, 영화제를 진행해오면서 국내 환경영화들이 많지 않은 것이 늘 안타까웠다는 것이다. 그래서 제작지원도 하고 했지만 충분치 못했다. 그는 “세계적인 작품들이 만들어지기 위해서는 작품을 제작할 수 있는 탄탄한 기반이 마련돼야 한다”며 “환경에 대한 좀 더 다양한 영화들이 만들어지고, 소통될 수 있도록 관심과 지원도 공공적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진행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대중적 접근의 폭을 넓혔다”
[이해광 사무국장]
‘서울국제영화제’의 모든 행사를 관리하고 진행하는 사람. 지난해에 이어 2회째 영화제 사무국장으로 행사장을 바쁘게 누비는 이해광 씨를 만났다. 올해 영화제에 특징에 대해서 묻자 “환경을 직접적으로 다룬 영화들을 일반인들에게 딱딱하고 계몽적일 수 있다는 고민과 함께 지난해부터 ‘환경’을 직접 다루지는 않지만 간접적으로 환경에 대한 생각을 던지는 대중적 영화들을 상영하고 있다”면서 “지난해가 시도하는 해였다면 올해는 굉장히 적극적으로 그 부분을 확대했다”고 말했다.
올해 많은 관람객이 찾은 것과 관련해 “그동안의 홍보방식을 바꿔서 타깃 마케팅을 진행했는데 일정부분 성과가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대부분 영화제 홍보책자가 그렇듯 서울환경영화제도 그동안은 영화잡지 별책부록으로 홍보책자를 만들었는데, 올해는 ‘환경’에 대한 관심도가 높은 독자층이 형성된 ‘시사 잡지’의 별책부록으로 제작한 것이 그것이다.
또 올해 환경영화제의 지구전(테마전)이 ‘태안 사태’인만큼 태안 자원봉사자들이 무료로 영화를 볼 수 있도록 무료 티켓을 배부했고, 아이들 둔 가족들이 함께 볼 수 있는 ‘지구의 아이들’ 섹션을 만든 것도 아이들 둔 가족들에게 인기가 많았다고 했다.
무엇보다 올해 영화제는 어느 해보다 ‘친환경’ 영화제가 될 수 있도록 내용뿐 아니라 행사 전반에서 신경을 많이 썼다고 했다. 헝겊 아이디, 재활용 이정표, 환경 책자뿐만 아니라 전기사용을 줄이기 위해 야외 영화상영도 낮 시간 때로 옮겼고, 저녁 8시면 상영장을 제외한 모든 행사장의 불이 소등된다.
물론 이렇게 하고 보니 힘든 것은 영화제 진행자들이다. 태양광을 이용할 수 있는 낮 시간 때에 타이트하게 행사를 진행해야하고, 모든 작업이 수작업으로 진행되다 보니 일반적으로 진행하는 것보다 몇 배는 어렵고, 번거롭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런 고됨도 관객들이 공감해주고 이해했을 때는 기쁨이 된다. 김 사무국장은 “고생한 만큼 보람도 느낀다”며 “내년에는 올해의 평가 속에서 좀 더 확장된 고민을 담는 영화제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절대 딱딱하지 않아요.”
[김소영 자원봉사자]
뉴질랜드에서 학교를 다니고 있는 김소영 씨(24)는 행사의 ‘천사’라 할 수 있는 제5회 서울환경영화제의 자원봉사자다. 휴학 차 한국에 있었던 김 씨는 ‘서울환경영화제’에 대한 소식을 듣고 자원봉사자에 지원했다. 자연을 상징하는 녹색티셔츠를 입은 자원봉사자들은 행사장에서 곳곳에서 티켓 배부, 행사 안내, 체험프로그램 진행, 상영장 안내, 아이디 발급 등을 진행하거나 돕고 있다.
올해 지원자가 많아 많은 경쟁자를 뚫고 자원봉사자로 발탁된 김 씨가 맡은 일은 행사장에서 영화 관계자와 게스트, 기자들에게 ‘헝겊 아이디’를 발급하는 일이다. 그는 “아이디를 받으러 오는 분들이 헝겊 아이디를 내밀면 순간 당황하시다가 금세 의미를 이해하고 색다르다며 좋아했다”면서 “받으시는 분들이 좋아하니 덩달아 기분이 좋아진다”고 말했다.
김 씨는 “환경영화라고 하면 사람들이 보통 딱딱하고 교육적이라고 생각하는 데 꼭 그렇지 않은 것 같다”면서 “이번 영화제 자원봉사 신청하면서 환경영화 몇 편을 볼 수 있었는데 환경에 이야기 하는 방식도 색다르고 기존에 가지고 있었던 생각을 완전히 바꿀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한국 환경영화에 가능성이 보인다”
[김지나 관심단]
‘서울환경영화제’를 관심 있게 보고 있다 보면 ‘관심단’이라는 아이디를 단 사람들을 만날 수 있다. 영화제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인가? 하는 생각과 함께 물어봤더니 ‘관객심사단’의 줄인 말이었다. 총 55인(5인위원회, 50인 위원회로 구분)으로 구성된 ‘관심단’은 한국 환경영화를 집중적으로 보고 심사하는 사람들이다. 5인 위원회는 한국영화 전편(총 27편)을, 50인 위원회는 5회 이상을 관람한 후 심사하게 된다.
5인 위원회로 참가하고 있는 김지나 씨를 지난 24일 상영된 <한국 환경영화의 흐름 단편 모음> 상영 이후 만났다. 국민대 대학원에서 그린디자인을 전공하고 있는 김 씨는 ‘헝겊 아이디’를 제작한 인연으로 ‘서울환경영화제’를 알게 된 관심단에 참여하게 됐다. 그는 “학과 특성과 관심사와도 맞아서 관심을 갖게 됐는데 한국 환경영화를 집중적으로 볼 수 있을 것 같아 관심단에 지원했다”고 밝혔다.
김 씨는 “‘환경’이라는 공통된 주제아래 모인 사람들인데 함께 토론하는 과정에서 정말 다양한 생각과 관점이 있는 것을 알았고 배웠다”면서 “특히 젊은 친구들이 환경과 영화, 사회적 문제에까지 넓은 관심과 열린 자세를 가지고 있어 놀랐다”고 말했다. 관심단은 영화 관람 이후 조별로 만나 토론하고 토론을 바탕으로 심사작을 내놓게 된다.
그는 올해 한국 환경영화에 대해 “외국 영화와 비교하지 않는다는 전제에서 5점 만점에서 3.5점까지 줄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김 씨는 “아이디어나 환경에 대한 고민은 외국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지만 투자나 지원이 없어서 인지 규모나 화질면에서 차이가 나는 것 같다”면서 “가능성 있는 한국 환경영화들이 한 단계 성장할 수 있는 발판이 마련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